벌써 세 번째 파정이었다. 자꾸만 깨문 탓에 지훈의 아랫입술에는 붉은 피가 맺힌 지 오래였다. 해가 지는 창 밖에서 주황빛 노을이 스며 들었고, 지훈은 이 상황이 참 좆 같다고 생각했다. 어두운 사무실의 고급 소파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훈은 두 발을 소파 위에 올린 채 얼굴을 가리고 헉헉댔다. 교복 바지며 드로즈가 바닥 이곳저곳에 버려져 있었다. 제 꼴이 비참하고 한심했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는데
"지훈아, 힘들어?"
순영이 다시금 사정기가 가시지 않은 성기를 움켜쥐었다. 흐으… 지훈의 신음은 거의 불가항적이었다. 허벅지가 절로 벌어지며 덜덜 떨렸다. 쏟아진 물을 다시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 번 터진 욕정을 다시 눌러 담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지훈은 여기서 벗어나고 싶음과 동시에 사랑을 느꼈다. 그건 처음으로 순영에게 뒤를 뚫릴 때 느꼈던 사랑이었다. 밀어내려고 찾아온 것은 도리어, 지훈을 옭아매고 있었다.
"하, 하지 마, 요… 그마안……"
지훈은 발버둥쳤으나 소파 위에 올려놓은 두 다리는 힘 없이 무너지기만 했다. 그럴수록 허벅지는 더 벌어졌고, 순영은 더 입맛을 다셨다. 순영의 손길은 집요했으며 끈적했다. 이미 세 번의 사정으로 매끈거리는 성기를 주무를 때마다 찔꺽이는 소리가 났다. 지훈은 두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제멋대로 허리가 비틀렸다.
"아, 아… 후응,"
"그럼 얼른 대답해야지, 응?"
"하으,…"
순영이 엄지손가락으로 귀두를 누르자 지훈의 골반이 크게 움직였다. 어느 새 지훈은 풀어헤쳐진 교복 셔츠 안으로 제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과 참지 못한 눈물이 그대로 방치됐다. 좆나 꼴리는 새끼. 순영이 낮게 뱉어낸 소리를 지훈은 듣지 못했다. 얼른 다시 자극이 시작되기를 바랐다. 순영이 제 것을 쥐고 흔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나한테 또 박히고 싶냐고, 이지훈."
"어, 얼른 … 흐으, 으…"
그러나 순영은 늘 지훈이 예상치 못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지훈이 흐느끼며 애원하자, 순영은 손을 놓았다. 순영에게서 풀려난 성기는 껄떡이다가 저 혼자 프리컴을 내뱉었고 지훈은 제 허벅지를 오므렸다. 순식간에 방관된 자극이 간절했다.
"박아 주세요, 해 봐."
순영의 날카로운 눈빛에 지훈은 다시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느껴지는 감정은 수치스러움도 부끄러움도 좆 같음도 아니었다. 흥분이 도를 넘었다. 지훈은 손은 내려 직접 제 물건을 쥐고 서툴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박, 박아 … 주세요 … 후응, 응…"
"지훈아."
"박아, 주세요 … 박아 주세요 …."
"옳지."
상과 같은 순영의 키스가 지훈에게 닿음과 동시에,
"아아…!"
순영의 품 안에서 지훈은 네 번째 파정을 맞았다.
非密
권순영 이지훈
베터
지훈은 찌꺼기에 대해서 생각했다. 예를 들어,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위에 남은 쓰레기들, 알맹이를 잡아 먹힌 채 저 홀로 남아 있는 귤 껍질, 그리고, "김비서님, 환기 좀 시키세요." 울면서 사무실을 나서는 동안 등 뒤로 들려오던 순영의 목소리. 그 모든 게 다 찌꺼기였다. 찌꺼기는 볼품 없으며, 악취가 난다. 지훈과 순영의 세 번째 만남도 그랬다. 지훈은 사무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던 제 교복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순영의 손만 닿아오면 제멋대로 흥분해버리는 몸에서도, 순영에게 수치를 보일 때면 제멋대로 무너지는 자존심에서도, 악취가 흐르는 것 같았다.
그 후로 지훈은 며칠 내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학교에도 가지 않고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무너져 버린 몸을 추스린다는 핑계 하에, 이불 속에 누워 하루 종일 순영을 생각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생각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드는 생각이었다. 권순영이란 존재는 이지훈에게 무의식이 되었다. 잠을 자면 꿈 속에서 순영이 제 몸을 더듬었다. 울며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옷걸이에 걸린 교복자켓이었다. 고작 세 번의 만남이다. 그 세 번의 만남 동안 권순영은 이지훈을 지배한 것이다. 순영은 이 좁은 집 안에서, 저 혼자 있는 방 안에서, 권순영이 좀 꺼져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바람이 무색하게도…
"여긴 어떻게 알았어요."
대체 어디까지 쳐들어올 생각인 건데. 지훈은 화가 났다. 파란색 대문 앞에 타인의 걸음이 닿는 것은 참 생경한 기분이었다. 여태껏 누군가가 제 집을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작고 허름한 대문 앞에 순영의 고급 외제차가 서 있는 모습은 어색했으며 어울리지 않았다. 그 모습은 꼭,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입은 초췌한 지훈과 딱 봐도 일백은 훨씬 넘을 거 같은 정장을 빼 입은 팬시한 순영을 비유하는 것만 같았다.
"옷 갈아입고 나와."
"싫은데요."
"그럼 그냥 타든가."
"싫어요."
순영이 지훈의 손목 잡아 끄는 순간 두 번의 거절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지훈이 순영을 밀어내려 할수록 순영은 지훈을 잡아당겼다. 잡힌 손목이 아려왔다. 순영은 금방이라도 제 혀를 내어 지훈을 탐할 것 같았다. 맞닿은 이마가 후끈거렸다. 위험했다. 순영이 제게 닿을 때마다 지훈은 뜨거워졌다. 품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자 순영은 지훈의 허리춤을 껴안고 깍지를 꼈다. 지훈은 이미 벗어날 수 없는 몸이었다.
"우리 딱 일주일만이지, 지훈아."
"……."
"넌 나 안 보고 싶었나 봐."
"…나한테 자꾸, 왜 이래요."
순영이 숨을 내쉬자 지훈은 아찔했다. 순영의 호흡은 충분히 달았으며 자극적이었다. 아래가 젖어드는 착각이 들었다.
"원나잇으로 끝낼 거였으면 날 찾아오지 말았어야지."
무의식적으로 지훈은, 이대로 순영이 저를 덮쳐 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아달라고 빌었잖아, 네가."
애석하게도, 심장이 떨렸다.
*
뒤집어 쓴 후드가 자꾸만 바람에 벗겨졌다. 순영의 차에 탈 때마다 지훈은 창문을 열었다. 봄이 오기에는 이른 시기였으나 창문에 기대어 바람을 맞았다. 그러고 있으면 다리 아래 쪽에서는 순영이 한껏 올린 히터가 후끈거리며 올라왔다. 위는 춥고 아래는 더웠다. 적정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권순영은.
"예쁘네. 그걸로 해."
순영이 처음 지훈을 데리고 간 곳은 백화점이었다. 가장 땅값이 비싼 도심에 위치한 백화점의 간판은 '한림백화점'이었고 권순영은 '한림그룹'의 상무이사였다. 그 직함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이 백화점에 있는 물건들처럼, 권순영은 굉장히 값 나가는 인간이라는 것을. 순영은 결제도 하지 않은 쇼핑백들을 저를 쫓아다니는 직원에게 맡겼다. 저 꼴리는 대로 옷이며 가방이며 신발을 고르는 순영과, 그의 옆에서 군말 없이 무거운 짐들을 들고 서 있는 부하직원과, 순영이 방금 막 새로 사 준 50만원짜리 니트를 입고 있는 지훈. 지훈은 이 상황이 그저 웃겼다.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아닌가. 순영은 즐겁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리기 일쑤였고, 지훈은 그런 순영을 노려봤다. 어이가 없었으나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상황보다 더 어이 없는 것은,
"왜 그렇게 노려 봐. 향수도 갖고 싶어서 그래?"
순영이 웃으며 제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참을 수 없이 두근거리는 가슴.
길었던 쇼핑이 끝나고 둘이 마주 앉은 곳은 도시 외곽의, 야경이 잘 보이는 레스토랑이었다. 아주 진부하고 상업적인 루트였다. 돈 많은 남자의 꼬랑지를 쫓아다니며 비싼 옷 몇 벌, 비싼 신발 몇 켤레를 얻어내고 비싼 밥을 얻어먹는 단계. 못 먹는 거 없지? 물은 순영은 가격도 적혀 있지 않은 메뉴판을 들여다 보며 주문을 했고, 오래 기다리지 않아 테이블 위로 요란한 음식들이 올라왔다.
"먹어."
순영이 포크와 나이프를 쥐고 핏기가 가시지 않은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으나 지훈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시선을 아래로 굴렸다.
"안 받을 거예요."
"뭐를?"
"전부 다요. 도로 가져가세요."
"왜. 마음에 안 들었어? 다음엔 다른 매장 갈까?"
"쫌…!"
지훈이 두 손에 힘을 주고 이를 악물자, 그제서야 순영은 입 안에서 씹어대던 고기 한 점을 삼켰다. 맞은편에서 저를 쳐다보는 순영의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졌다. 지훈은 떨리는 호흡을 간신히 정돈하며 고개를 들었다. 먹잇감을 노려보는 권순영의 눈과, 어린 양의 떨리는 동공이 마주했다.
"좀…그만 해요…."
지훈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순영은 쥐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팔짱을 낀 채 테이블에 기댔다. 곧게 앉은 지훈과 달리 편한 모습의 순영은 한 치도 떨리지 않는 목소리로,
"그만 하자고?"
나직한 표효를 시작한다.
"뭔가 오해하는 게 있는 모양인데, 지훈아."
"……."
"우리 지금 원조교제 하고 있는 거야."
지훈은 순영의 눈빛을 이길 만한 힘이 없었다.
"내가 너한테 비싼 옷 사주고 비싼 밥 먹여주면 너는 나한테 매달려서 또 빌면 돼."
잔인한 사람.
"박아 주세요, 하고. 빌면 돼."
끝 없이 잔인한 사람.
"그런 거야, 우리는."
짐승의 갈퀴에 뒷덜미를 잡힌 어린 양은 오늘도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